사랑을 이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봄이 갔다 싶으면, 어김없이 집 안 가득 뭉근하게 익어가는 딸기 향이 났습니다. 초여름을 앞둔 엄마의 장바구니는 늘 상처 받은 딸기로 가득했죠. 빈병들에 딸기가 잼으로 채워질 때면, 어김없이 봄이 끝났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딸기잼은, 옆집으로, 친구의 집으로, 외할머니댁으로 보내졌습니다. 한 번은 “엄마, 나 이 냄새 싫어. 근데 딸기잼은 왜 이렇게 많이 만들어?“ 철없는 어린 딸의 투정에, 엄마는 잠시 망설이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외할머니가 엄마가 만든 딸기잼을 좋아하셔.” 나이가 들어서야 알게 됐습니다. 뭉근하게 익어 가는 딸기의 향은 엄마의 외로움의 냄새였을 것이라는 걸요. 외로움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하지만 그 외로움을 대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죠. 어떤 이는 외로움을 슬픔으로 받아들이지..
2024.03.09